팔레스타인의 그리스도인와 이스라엘의 유다인는 서로 폭력의 고리를 끊고 화해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은 이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이스라엘은 갈등과 폭력이 끊이지 않습니다. 2015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 인 30여 명과 팔레스타인 18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보복성 폭력 사태가 한 주도 빠짐없이 이어진 결과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증오의 소용돌이를 멈출 수 있겠습니까? 과연 유다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공존은 불가능한 것입니까?’라고 우리는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다인과 그리스도인의 관계를 위한 예루살렘 센터’(이하 JCJCR), 사라 베른슈타인(Sarah Bernstein) 대표는 말합니다. “모두가 깊은 갈등으로 혼란에 빠졌습니다. 양쪽 모두 깊은 상처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른슈타인 대표는 이 갈등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해당 센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며, ACN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주요 후원단체 중 하나입니다. “JCJCR의 화해 프로젝트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탄생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인지하고, 상대방의 고통을 함께 체험함으로써 화해를 이루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우리 센터는 영성심리상담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들은 폭력과 테러의 피해자들이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게끔 돕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습니다. 분명 어려운 일이겠지만, 영성을 바탕으로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베른슈타인 대표는 한 사건을 떠올립니다. “저는 이스라엘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있었던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반이스라엘 독립투쟁)를 기억합니다. 유다인들, 특히 이곳 예루살렘 주민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은 일입니다.” 폭력이 난무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세 자녀를 둔 그녀는 말합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제 아이는 차를 타고 있다가 앞선 버스가 폭발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전히 큰 충격으로 남아있지요. 이토록 팽배한 증오와 공포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베른슈타인 대표는 이런 상황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몇 해 전 그녀는 새미(Sammy)라는 이름의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아우슈비츠를 방문하였고, 함께한 이 경험은 새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는 참혹했던 유다인의 홀로코스트 역사를 이해하고 공감하였습니다. 저도 제2차 인티파다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똑같은 사람인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도록 스스로 변화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과 이스라엘의 유다인 모두 서로에게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합의하였습니다. 증오와 공포는 우리를 파괴할 뿐입니다.” 종교인, 심리학자, 교사를 주축으로 심리상담 강의를 열고 양측 주민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ACN의 지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로써 저희는 2015년에 처음으로 1년 계획 프로젝트를 이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만남은 생각의 틀을 바꾸고, 내적 화해를 이끄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합니다. 종교간 대화와 영성적 치유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모인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원수라고 여긴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우리는 신앙과 영성의 힘을 믿습니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관계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행동합니다. 불합리한 대우를 끊임없이 받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이스라엘 군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폭력적으로 행동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대응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만남을 가져야만 합니다. 새미와 같은 그리스도인들은 진심으로 용서하는 마음을 가진 주님의 백성입니다. 저 역시도 유다인으로서 화해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서로간의 만남을 주최할 때 어떤 언어를 사용할지부터 난관이었습니다. “히브리어나 아랍어는 공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쓰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만남 장소도 바이트 잘라(Beit Jalla)였는데, 이스라엘인 방문이 허가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베들레헴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은 정부가 안전상의 명목으로 이스라엘인들의 출입을 통제합니다. 반대로 팔레스타인인들도 이스라엘 도시 대다수를 드나들 수 없으며, 이스라엘인들과의 협력을 탐탁지 않아 합니다. 공포심에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서로의 신념 때문이기도 합니다.”
베른슈타인 대표는 이번 만남을 통해 모든 면에서 완벽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는 유다인으로서 이스라엘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30년 전에 영국을 떠나 이곳으로 이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한편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입니다. 서로의 이견은 좁혀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의견 차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만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도 말합니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 유다인과 그리스도인은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ACN은 베른슈타인 대표와 JCJCR의 “증오의 치유: 갈등 상황 속 영성심리상담”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ACN은 종교간 대화가 이 땅에 평화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2016.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