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에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대로 전쟁이 계속된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고향을 떠나야 합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의 전쟁은 잠시나마 소강상태에 드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리아 가톨릭교회 관계자는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이하 ACN)를 통해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말았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전했습니다.
“지난주부터 격렬한 전쟁이 재개되었습니다. 특히 토요일이 고비였습니다. 비참한 상황이에요. 사망자와 부상자가 넘쳐납니다. 저는 이 폭력사태가 부디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 전쟁이 계속된다면, 알레포의 그리스도인들은 다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칼데아 가톨릭교회 알레포대교구장 안토니오 아우도 대주교님께서 지난 화요일, AC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쟁 전 알레포에는 여러 교파의 그리스도인 15만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10만 명 이상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남은 이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나 가난한 이들뿐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ACN의 지원을 통해서 남은 이들을 돌볼 수 있습니다. ACN의 가족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현재 남은 이들의 상황은 매우 위험합니다. 사람들은 매일을 가난과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요.”
알레포 곳곳은 알누스라 전선(또는 자브하트 알누스라)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장악했고 주민들 사이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만연해 있습니다. 아우도 대주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곳을 장악하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은 외지인들입니다. 시리아 사람들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그리스도인과 이슬람교도 주민들 간의 관계는 별문제가 없었어요. 물론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관계가 좋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적으로 수용되어 있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구호활동을 펼치고, 신앙과 관계없이 무슬림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그리스도교를 더욱 존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 다시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모두 권리와 평등을 보장받으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애니 데메르지안 수녀님도 전쟁이 더 심해졌다고 ACN에게 전하셨습니다. “월요일은 상황이 정말 심각했어요. 17명이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 6명이 아이들이었습니다. 또한 상당수는 그리스도인이지요. 5년 동안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번갈아가며 이곳을 장악하는 상황입니다. 부상자들은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은 부상자들이 수송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어요. 수많은 집과 가게, 자동차가 폭격으로 파괴되었어요. 저희는 휴전 협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종전을 알리는 희망이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정말 간절히 희망했어요. 그러나 우리가 틀렸어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졌습니다. 폭탄과 미사일이 수백 차례 쏟아졌습니다. 이렇게 심한 폭격은 2015년 부활절 이후로는 없었어요.” 알레포의 그리스도인 주민들과 무슬림 주민들은 모두 절망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지친 상태입니다. “수년간의 전쟁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습니다. 이 악몽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슬퍼하고 또 분노합니다. 한 아버지가 아이들이 무사히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제게 부탁하였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이 어떤 공포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여러분들께서 상상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곳 알레포가 시리아에서 가장 심각한 전쟁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무고한 사람들이 이토록 고통받아야 하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돌아오는 주일은 정교회력으로 부활절입니다. “정교회력 부활절이 다가옵니다. 전 세계 정교회 아이들은 부활 선물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 알레포 아이들 앞에 놓여진 것은 (선물이 아닌) 관과 비석입니다. 이런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는 제 가슴은 무너집니다.” 애니 수녀님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를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하셨습니다. “부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십니다.”
프란치스코회 이브라힘 알사바흐 신부님께서 알레포의 전투 상황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폭격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미사일이 떨어지고, 집들은 또 다시 파괴됩니다. 미단 등의 지역은 상황이 심각합니다. 저희 교회의 건설 노동자 한 분이 공포로 인해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고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달러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시리아 화폐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식량을 살 돈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일하지만, 끝도 없는 싸움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사람들이 수도원 문을 두드리며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는데, 그들은 놀랍게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남아 절망하는 자신들을 돕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ACN은 수 년 동안 알레포의 지역 교회들과 연계하여 식량, 의류, 의료품 제공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곳의 고통받는 이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을 지원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임시거처 임대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됩니다. ACN은 전쟁과 테러로 집을 잃고 난민으로 살아가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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