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소속 아이티 프로젝트 담당자인 마르코 멘카글리아(Marco Mencaglia)가 아이티를 방문하였습니다. 방문 목적은 ACN의 2016년 지원금액을 결산하고, 아이티교회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티는 ‘취약국가지수’(Fragile States Index)에서 취약지수 10위를 기록하며, 전쟁 중인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국가입니다. 이라크와 파키스탄보다도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ACN은 아이티 담당자 마르코 씨와 아이티의 현 상황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Q. 아이티의 첫인상은 어떻습니까?
아이티는 세계 최빈국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아이티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입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는 다른 여러 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통제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특히 최근 형성된 도심 외곽 지역들은 기본적인 공공시설이 전무합니다. 주민 대다수는 암거래에 의존하며 길거리로 나와 생활합니다. 도시는 교통 체증, 대기 오염, 인구 과밀 등의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힘을 상실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공권력을 발휘합니다. 아이티는 토착어로 ‘높은 산 위의 국가’라는 뜻입니다. 산악 지대가 많다는 것이지요. 특히 수도를 벗어나 시골 지역으로 접어들수록 정부의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아이티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가톨릭교회입니다.
Q. ACN의 지원이 가시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까?
네, 후원자 여러분의 소중한 지원에 힘입어 아이티 가톨릭교회는 신학생을 양성합니다. 2010년 대지진 이후 포르토프랭스의 신학생 315명은 학교가 무너져 내려 임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진 것이 거의 없고, 희망도 없는 나라에서 신학생 양성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ACN의 지원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교구장님께서는 신학생 양성에 온 힘을 다하시며, 보다 적합하고 다양한 예비 신학생들을 선발하여 아이티의 미래를 밝히고자 하십니다.
또한, 성전에서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시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본당은 전방 10km에서 20km 내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유일한 곳입니다. 아침마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 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성당을 찾고, 저녁에는 모두 함께 모여 어둠을 피합니다. 마을의 유일무이한 빛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상직적인 역할을 합니다. 공동체에게 희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산악 지대에서 사목 활동을 펼치시는 사제들은 고립되시곤 합니다. 울퉁불퉁한 길을 몇 시간씩 걸어야만 외부 세계와 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태양열 에너지가 도입된 이후 사제들은 매일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당의 태양열 발전기는 독일 기술로 제작되었습니다. 사실 그 기술은 단순한 편이지만, 전국에서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Q. 아이티 방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아이티 사제들의 삶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제들은 너무나 힘든 삶을, 책임감이 막중한 생활을 하고 계셨습니다. 특히 사목 활동을 최우선 과제로 살아가는 25~30세의 젊은 사제들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리 열악한 상황에서도 사제들의 능력과 힘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사제들은 열정을 잃지 않으려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는 형제애를 통해 이 젊은 사제들이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목자들의 목자이신 아이티 주교들과 협력하고, 그분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아이티 곳곳에서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불행하고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티 청년들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가톨릭교회를 향한 그들의 열정과 사랑은 우리가 생생하게 지니고 있어야 할 어둠 속 한 줄기의 빛입니다.
Q. 여행 중에 여러 증언을 들으셨을 텐데, 어떤 것을 희망의 증거로 고르시겠습니까?
대표적으로 대지진 이후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경기를 고르겠습니다. 경찰축구단 대 사제축구단으로 경기가 펼쳐졌는데, 아이티 언론에서는 믿을 수 없는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아이티인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습니다. 특히 국민 스포츠인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합니다. 데시노르 장(Desinord Jean) 주교님께서는 당시 사제축구단 선수로서 출전하셨습니다. 교구에서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 ‘태양 라디오’(Radio Soleil)를 통해서도 전파를 탔는데요. 당시 사제축구단이 6골을 허용하여 큰 격차로 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사제축구단에서 첫골이 나왔는데, 사제들은 순간 귀가 먼 줄 알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정도로 큰 환호를 관중들이 보낸 것이지요. 주교님께서는 제게 설명하시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어요.
Q. 지역교회를 많이 찾으셨을 텐데요. 어떤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으십니까?
“새 성전 건립은 희망의 순간입니다. 온 마을의 기쁨을 의미한다”고 제레미(Jeremie) 교구의 바르톨로메오 페이유 (Barthelemy Feuille)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전국의 가톨릭교회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제 성소가 증가하며, 각 교구는 해마다 1~2개의 본당을 새로 설립합니다. 자크멜(Jacmel)과 힌치(Hinche) 교구에서는 1988년, 본당 9개와 10개가 설립되었는데, 지난 30년 동안 본당 29개 그리고 44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본당이 설립되면,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희망을 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정부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서 유일하게 공공 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중에는 학교를 운영하며, 위급 환자가 발생했을 시 본당의 차량을 이송 차량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외부 세계와 접착하는 열쇠의 역할도 합니다. 가톨릭교회와 사제들은 아이티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Q. ACN은 이제 아이티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합니까?
2016년 10월 4일, 허리케인 매튜가 아이티 서부 지역을 강타했습니다. 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였죠. 제레미 교구, 카이(Cayes) 교구를 비롯하여 많은 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레미와 카이교구는 본당 건물의 90%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산악 지대에서는 성전 200여 곳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ACN은 다른 국제 기구와 협력하여 성전을 재건하고 보수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 아이티에서는 대부분 성당이 종교만이 아닌 사회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성당이 없다면, 그 공동체와 마을에 미래도 희망도 없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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