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민다나오(Mindanao) 섬의 마라위(Marawi) 시에서 가톨릭 사제와 관계자가 인질로 억류되었습니다.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다에시(IS) 추종 무법자들로, 무슬림들의 도시인 마라위에서 여러 시설과 공공 건물을 점령하였습니다.
ACN 필리핀 지부의 이사장이신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님(필리핀 주교회의 의장·링가옌 다구판 대교구장)께서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기도를 요청해 오셨습니다. 치토 수가놉(Chito Suganob) 신부님과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피랍 당시 성 마리아 성당에서 피신해 있었습니다. 라플러닷컴(Rappler.com), 삼보앙가뉴스(Zamoboanga News) 민다나오라디오네트워크(Radio Mindanao Network) 등의 필리핀 현지 보도에 의하면, 지난 23일 밤(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성 마리아 성당을 침입하여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빌레가스 대주교님께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무장세력 마우테(Maute) 조직원들은 정부군을 철수시키지 않는다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계염령을 선포한 이상, 우리는 인질들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 줄 것을 간청합니다.”라고 호소하셨습니다.
23일 마라위 상업 지구와 주거 지역에서 일어난 공격은 필리핀 정부 당국이 테러단체 아부 사야프(Abu Sayyaf)와 마우테의 소탕을 내세워 계엄령을 내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100~200명 가량의 무장대원들이 지지자들의 조력을 받아 마라위 시의 아마이 팍팍(Amai Pakpak) 의료원을 점거했습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한 시간 후에 그들은 마라위 시 교도소까지 점거하여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시내 곳곳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다에시(IS)의 깃발을 세운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23일 저녁, 필리핀 현지 매체는 단살란(Dansalan) 대학과 성 마리아 성당 두 곳에서 또 다시 불이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사들은 소방 당국이 화재를 진압하는 것을 막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이 소방차를 포위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와 같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당국은 군대가 사태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 진행 중인 위기 상황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공유하며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을 삼가해 달라고 권고했습니다. 또한, 정부군은 다에시(IS)가 필리핀까지 손을 뻗었다는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3일 밤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한편, 빌레가스 대주교님께서는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가 필리핀의 무슬림들과 그리스도인들 간의 유대 관계를 맺게 하는 명분이 되길 바란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우리는 무슬림들이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무슬림 형제자매들과 함께 기도해 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우리는 같은 하느님(알라)을 경배하라고 종용하는 이들에게,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이름을 유혈 사태로 더럽히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도 덧붙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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