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토 수가놉(Chito Suganob) 신부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마라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납치되었다가 최근 구출되었습니다. 수가놉 신부는 9월 19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군의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짧은 성명을 통해 인질로 잡혀 있던 117일 동안 겪었던 일들과 트라우마로부터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수가놉 신부는 필리핀 군이 9월 16일 오후 11시 45분에 테러단체의 본거지 중 한 곳이었던 바토 이슬람 사원을 탈환하면서 구출될 수 있었습니다.
지역 당국과 비디오 인터뷰를 가지며 수가놉 신부는 마라위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무슬림 공동체와의 종교 간 대화라고 역설하였습니다. “저는 마라위와 남부 라나오의 무슬림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리스도인과 무슬림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같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수가놉 신부는 필리핀 군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마라위에서 37km 떨어진 일리간 교구의 교구장 엘레니토 갈리도(Elenito Galido) 주교도 필리핀의 가톨릭 라디오 방송 베리타스(Veritas)와의 인터뷰에서 수가놉 신부의 구출에 대해 감사를 표했습니다.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수가놉 신부와 단살람 대학교의 교수 등 인질들을 구출한 군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저희는 이것이 모두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믿습니다. 저희는 매일 인질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가놉 신부가 신체적 학대를 당한 적은 없지만 교전이 벌어지는 동안 무기를 날라야 했고, 테러범들과 같은 태도를 취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수가놉 신부는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민다나오 섬 중부 마라위에 있는 성 마리아 대성당의 총대리입니다. 바오로 6세 교황께서 과거 비상계엄령 아래 정부에 의해 희생되었던 필리핀 무슬림들과 화해를 이루고자 마라위에 성직자들을 임명하셨습니다.
700명 이상의 다에시(IS) 추종자들이 무장하여 2017년 5월 23일 마라위 시를 포위했고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필리핀 정부에 의하면 이번 충돌로 인해 시민 47명, 필리핀 군 149명, 테러범 673명이 사망하였고 난민 359,680명이 발생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진위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성 마리아 성당 관계자 20여 명을 포함한 50여 명의 인질들이 여전히 테러단체에 붙잡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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