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는 한 사제가 다시 한번 치명적인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43세의 리치몬드 닐로 신부는 6월 10일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 160km가량 떨어진 누에바에시하(Nueva Ecija)의 한 성당 제단에서 총격을 당했습니다. 범인은 도주했습니다. 닐로 신부는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이글레시아 니 그리스도(Iglesia ni Christo)교회를 비판하곤 했습니다. 이글레시아 니 그리스도 교회는 270만 명의 신자를 가진 필리핀의 이단교회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벌써 3번이나 가톨릭 사제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6월 초에는 다른 사제 한 분을 향한 공격이 살인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필리핀 주교회의는 일련의 상황을 “잔인한 살인”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이며 ACN 필리핀지부 이사장인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는 이를 가톨릭교회에 대립하고자 하는 강력한 표시로 간주하며 이러한 불의에 침묵하지 않기를 선언했습니다.
ACN: 리치몬드 닐로 신부는 주일미사를 준비하는 도중에 살해당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요?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 닐로 신부가 다른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후 성당에 막 도착한 때였습니다. 그는 또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장백의(사제가 미사 때 제의 안에 입는 흰옷)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는 언제나처럼 복사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고 해요. 그때 총탄이 네발 울렸고 그는 성모상 아래 제단 옆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닐로 신부는 이글레시아 니 그리스도교를 비판하곤 했습니다. 이글레시아 니 그리스도교는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하고 가톨릭교회에 대한 공격적인 언급을 공공연히 했었지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 교회가 관여되었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사건은 조사 중입니다. 지금까지 사건의 동기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교회 간의 견해 차이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닐로 신부는 2017년 이후 네 번째 살해당한 성직자입니다. 가톨릭 성직자를 향한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가톨릭 사제를 향한 총격 사건이 4번 있었고 그중 사제 3명이 살해당했습니다. 닐로 신부는 윤리적 정치 참여를 위한 “카야 나틴(Kaya Natin)” 운동 지지자였어요. 또한, 적극적으로 가톨릭 신앙을 수호했지요. 신앙과 윤리를 견고하게 지키려는 사람들에게는 반대하거나 증오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예수님께서는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악의에 대해 우리는 절대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외국에서는 필리핀이 인권활동가, 환경활동가, 비판적인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교회는 언제나 평화와 자비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 복수는 복음의 정신에 어긋나지요. 우리는 첫째로 사회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만이 황폐해진 인간의 마음을 매만지실 수 있습니다. 둘째로 그리스도를 널리 알려야 합니다. 우리는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 가르치고,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대화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증오하고 우리의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기초를 단단히 세워나가야 합니다.
필리핀은 정치적으로 계속 긴장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남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에 시달리고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느님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는 죽임당할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이러한 위험한 시기에 살아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에 태어난 소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며 번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