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반포 3주년을 맞아 바티칸은 ‘공동의 집과 삶의 미래인 지구를 지키자’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피지섬 수바(Suva)의 베드로 로이 총 대주교는 돌아가는 길에 ACN 지부를 방문했습니다. ACN은 총 대주교와 기후변화로 어려움에 부닥친 피지의 상황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오시는 길이지요. 콘퍼런스의 주제는 기후변화 문제였는데요. 대주교님께서 초대받으신 이유는 무엇이지요? 수바 역시 기후 변화 문제에 직면해 있나요?
물론입니다. 매년 해수면이 상승하여 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요. 50년 후면 수많은 가옥이 바닷물 아래로 잠기게 된다고 합니다. 저희는 매일 일상에서 이 위기를 실감하지요. 예전에 섬 주민들은 물가에 집을 지으려 했어요. 산악지대보다 바닷가가 더 문명화된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바닷가 생활은 발전의 상징이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도 바닷가에서 50m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셨어요. 하지만 이젠 아무도 바닷가에 집을 짓지 않습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산악지역에 다시 집을 지어야 하는 실정이에요.
몇몇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인가요, 아니면 피지섬 전체가 겪는 문제인가요?
몇몇 사람들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에요. 완전히 반대이지요. 조만간 피지섬의 해변 마을 34여 곳이 기후변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어딘가 다른 곳에 집을 새로 지어야 해요. 피지 정부는 이 마을 주민들에게 5~10년 안에 이주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문제는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피지에서 2번째로 큰 섬인 부아(Bua)주의 한 마을은 이미 야두아(Yadua) 섬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타베아(Tavea) 마을도 이주 계획이 있고요.
교황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심지어 가톨릭 신자들조차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얼마 전 저는 태평양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기획한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감수했습니다. 저는 “태평양은 기회의 바다이다.”라는 첫 문장을 “태평양은 섬사람들의 삶이다.”라고 고쳤습니다. 태평양은 저희에게 잡을 수도 있고 놓칠 수도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삶과 죽음이 달린 생존의 원천이지요. 바다는 저희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 줘요. 보고서에는 “우리는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사실 삶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주민들에게 이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 정치적 문제가 더 큰 것은 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교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우리 삶과 신앙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창조는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드셨고, 창조물을 보전하라는 책임도 함께 주셨어요. 이 뜻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우리는 곰곰이 살펴봐야 합니다. 둘째는 어떻게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성직자로서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의미가 있는 질문인데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저는 매일 목격하고 있어요. 그들의 눈물, 그들의 아픔, 저는 구약의 시편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 달라고 기도하지요. “야훼여! 언제까지 나를 잊으시렵니까? 영영 잊으시렵니까? 언제까지 나를 외면하시렵니까?” 시편 13편의 말씀이지요. 신앙은 우리의 슬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기도로 대체해 줍니다. 우리의 외침을 들어달라고 하느님께 청하게 되지요. 경제나 정치 등 외부요인에 의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경배하고 피조물을 존중하며 아픔과 고통을 낮추는 면이 훨씬 중요하지요.
교황님께서는 “생태환경”을 강조하십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계시는가요?
교황님께서는 환경에 관해 많은 말씀을 하시지요. 저는 이 문제가 피지섬 주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피지섬은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강은 오염되고 나무는 쓰러집니다. 결과적으로 해변의 물고기들이 사라지지요. 물고기들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고 주민들은 삶의 여러 측면에서 다시 영향을 받습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만들어야 하고 다시 비용이 드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여성들도 바닷가로 나가 같이 물고기를 잡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지요. 생태환경 변화는 결코 고립되어 일어나지 않아요. 모두 연결되어 있지요. 사람들의 내면세계도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더욱 다가가고, 피조물을 존중하며 깨어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피지섬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누가 우리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이번 콘퍼런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한 여성이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시를 써서 읽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후손에게 뭐라고 말하게 될까요? 이 여성은 50년 후에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저는 그녀의 시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시는 “나의 믿음”이란 단어로 시작합니다. 그녀는 “나의 믿음”이라고 암송을 시작한 후에 다음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저도 마음이 뭉클하더군요. 그녀는 “나의 믿음”이라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읊었습니다. 그렇지만 쉽게 이어가지 못하더군요. 우리가 모두 함께 이어 이 시를 끝까지 읽어나가야 합니다. 두려움과 아픔에 직면할 때 이 믿음에 관한 어떤 응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피지섬이 속한 대륙, 오세아니아는 면적이 7000만㎢에 달하며 7,500여 개의 무인도, 혹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섬을 포함합니다. 오세아니아는 수많은 토착 부족들이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특별한 지역입니다. 저마다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지닌 수많은 공동체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황청재단 ACN은 지난 10년 동안 오세아니아에서 약 500만 유로(약 64억 원)를 지원하여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