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 한국지부(ACN Korea)」의 박기석 사도요한 신부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온 세상이 세계화와 지구촌화되었다고 말하는 시대이지만 날마다 종교나 믿음을 근거로 저질러지는 사람을 겨냥한 폭력과 무관용 행위는 오히려 더 심각하기만 합니다. 2019년 들어서 뉴질랜드, 스리랑카, 남수단 등에서 폭탄테러가 연이어 발생하였고, 이에 국제연합(UN)은 8월 22일을 ‘국제 종교 폭력 희생자의 날’로 지정하여 너무나 쉽게 자주 잊혀지는 종교 희생자를 기리면서, 종교와 믿음의 자유야말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이며 다른 많은 권리들의 주춧돌임을 호소하는 현실입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선포와 더불어 여덟 가지의 행복을 제시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마지막은 ‘박해받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고, 이에 더 구체적으로 누구와 무엇 때문에 박해를 받는 이들이 하늘 나라의 행복을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마태5,11)
예수님과 그분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온갖 조롱과 극심한 차별대우와 소중한 목숨까지도 빼앗기는 이들에게 하늘 나라의 행복이 이루어졌음을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선언하셨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비오 12세 교황님께서 제시한 화해의 호소에 응답하고자 네덜란드의 한 젊은 사제가 자신의 나라를 침공했으나 패전국이 되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독일의 가톨릭 교회를 돕는 데서「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시작되었습니다. “평화의 전사”라는 이름을 지닌 베렌프리트 판 슈트라텐 신부님은 돈을 기부할 형편이 되지는 않지만,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어하는 이들에게서 베이컨 등의 음식을 기부받았고, 그래서 심지어 ‘베이컨 신부’라는 별명까지 갖게 되셨습니다.
「고통받는 교회돕기 한국지부(ACN Korea)」의 지부장이라는 새 소임을 맡으면서 베렌프리트 판 슈트라덴 신부님의 다음의 말씀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시험받고 있습니다. 박해받는 신자들은 예수님께 대한 그들의 믿음을 시험받습니다. 하지만 박해받지 않는 신자들은 그들이 간직한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시험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주님께 믿음을 간직한 우리들은 사랑을 지녔다는 것도 증명해야 합니다. 박해받는 교회의 어두운 밤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으로 말입니다.”
저희 「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전 세계 곳곳에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간직한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는 가톨릭 교회와 교우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인도주의 차원의 다른 원조기구 및 단체와 달리, 고통받는 가톨릭 교회를 돕는다는 분명한 목적과 대상을 지닌 교황청 재단으로서 매년 140여 개국에 성전 건립, 성직자 양성 및 생계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가톨릭 사목 원조 프로젝트와 캠페인을 5,000개 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적 견해나 신념에서 비롯된 무서운 폭력과 무관용 행위의 고통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내놓으며 믿음을 증거하고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을 위해 우리 모두는 사랑으로 믿음을 증거합시다. 103위 순교 성인과 124위 순교 복자를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성장한 우리 교회입니다. 박해받은 교회에서 박해받는 교회에게로 나아가는 데 저희「고통받는 교회돕기(ACN)」가 앞장서겠습니다. 부디 함께 하여 주십시오. 바오로의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5,14 참조) 주님께서 우리에게 다그치시는 사랑이야말로 고통받는 교회의 신자들에겐 믿음을 굳건히 지키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