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레스 보우트로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주교이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에서 ‘시리아(동방) 가톨릭’ 신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총선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정적인 정부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레바논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실망을 이야기했다.
레바논의 ‘시리아 가톨릭 공동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시리아 가톨릭 교회’는 신자 수로 보면 레바논 안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가장 작은 교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시리아 가톨릭 교회는 1782년에 레바논에 세워졌을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교회 공동체 대부분의 신자들은 1915년 터키에서의 끔찍한 학살 이후에 레바논으로 건너왔지만, 1782년 당시에도 신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약 4천 가구의 시리아 가톨릭 신자들이 있으며 주로 베이루트와 주변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레바논 국내에는 약 1만 6천 명, 전 세계적으로는 14만 명 정도가 있습니다.
2022년 6월에 임명된 줄레스 보우트로스 주교(출처=ACN 자료사진)
레바논은 *권력안배주의(confessionalism)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가톨릭 공동체도 이 체제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의회에서 저희를 대변하는 정치 지도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각 부처, 정부, 국회에서 시리아인들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저희 조부모님이 레바논으로 이민을 왔을 때 총대주교님들은 정치보다는 경제나 무역분야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저희 시리아 가톨릭 신자들은 정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권력안배주의 – 신조주의라고도 하며, 종파들 간 정치 권력을 비례적으로 분배하는 정권 시스템을 말한다.
청년 사목을 담당하는 주교로서, 청년들을 격려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처음으로 저희 세 청년이 이번 선거에 출마를 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신티아 자라지르가 당선되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나라에 대한 영적 책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법과 정의, 차별, 평화 그리고 발전에 대해 논하려면, 정치에 참여를 해야합니다. 저희는 더 이상 사업분야에 집중하자는 과거 대주교님들의 관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레바논이 겪는 문제 중 일부는 원활히 운영되는 정부를 형성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최근 총선이 있었는데, 주교님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는 레바논 사람들의 강한 의지에 희망을 둡니다. 정치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없습니다.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건 이후 한동안 저는 이 나라에 대한 희망을 잃었습니다. 저는 베이루트 지역 출신이어서 우리의 수도, 우리의 나라, 우리의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보는 것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제 친한 친구들 중 그 누구도 레바논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폭발 사건 이후 모두 나라를 떠났습니다.
베이루트 폭발은 제 마음 속에 있었던 레바논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희망을 무너뜨렸지만, 그곳에서 제 사명을 찾았기에 저는 레바논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더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매일 직면하고 있는 모든 어려운 일 들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터전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네, 이런 면에서 저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동에 있는 대부분의 시리아인들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현재 삶은 어떠합니까?
대부분의 청년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떠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이라크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들은 심한 박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니네베 평원에서는 하루아침에 6만 명 이상의 시리아인들이 살던 곳을 강제로 떠나야 했습니다. 총 12만 명이 넘는 그리스도인들이 쿠르디스탄으로 떠나야만 했고 거기서 또 서방 국가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이 지역에서 재건이라는 사명을 지닌 저희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떠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시리아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남성 청년들에게는 군복무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9~10년을 복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군복무 기간이 끝나도 살아 있다면 그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됩니다. 이것이 시리아의 문제입니다.
쿠르드족 군사지역은 시리아보다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청년들은 쿠르드족 군에서 복무한 뒤에도 시리아 군에서 복무를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리아에서는 젊은 남성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모두 떠나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5년을 거주한 뒤 미화 8천 달러를 지불해야만 군복무를 하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대 전체를 잃고 있습니다.
2012년 9월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한
레바논 신자들(출처=ACN 자료사진)
ACN은 이 모든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후원자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희를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한 가족이며 그리스도의 한 몸입니다. 저희의 귀중한 문화재들과 풍성한 영적 유산들을 교회에 되돌려 드릴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저희는 무슬림, 두르즈인들과 함께 살며 전쟁, 죽음, 불안정, 그리고 모든 종류의 박해를 겪는 일상에서 얻는 성숙함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