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는 전쟁 이전에는 17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최전선에서 2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 되었다. 전쟁은 사람들의 삶에 극적인 피해를 가져왔고, 전쟁이 6개월이 넘게 지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손실과 파괴의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와의 인터뷰에서 로마 가톨릭의 하르키우-자포리자교구의 전반적인 상황을 전한 파블로 혼차루크 주교는 이번 두 번째 인터뷰에서 새로운 상황에 교회가 어떻게 적응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지에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
어린이들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이며 전쟁 중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르키우에 아직 어린이들이 남아있습니까? 교회는 어떻게 어린이들을 돕고 있습니까?
아직도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하르키우에 남아있습니다. 어린이들은 공습대피소에서 지내기도 하며 저희는 어린이들에게 장난감 등을 나눠주며 돕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 상황을 경험합니다. 대피소나 지하실에 있더라도 어린이들은 뛰어놉니다. 어린이들은 평행한 세계에 있습니다. 교회는 부모들을 돕고 위생용품과 식량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도적 지원 물품 보관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하르키우 대성당(출처=ACN 자료사진)
언제쯤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그들의 단기적 미래는 어떻습니까?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정규 교육은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르키우의 학교 건물을 표적으로 많은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학교가 파괴되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적어도 20개 이상의 학교 건물이 파괴되었습니다. 많은 유치원 또한 파괴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곳에 많은 어린이가 모여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누군가가 아직도 러시아군이 군사시설만 공격한다고 믿고 있다면 그들은 잘못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심하게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군은 병원, 회사, 학교, 대학교, 유치원 그리고 집까지 모두 파괴했습니다. 거주지와 시장을 공격하는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은 마을도 파괴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고 모든 것이 파괴된 마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하르키우 병원에서의 사목활동은 어떻습니까?
가톨릭 군종 사제가 우크라이나 정교회 사제와 함께 근무하는 군 병원이 있습니다. 또한 사제들은 부상자를 돌보는 도시의 병원들도 방문합니다. 제게 가장 괴로웠던 일 중 하나는 공습 때 부상을 당한 3살짜리 아이가 병상에 누워있는 것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살아남을지는 불분명합니다. 그 아이는 누군가가 전쟁을 원했기 때문에 그곳에 누워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무력감도 느끼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주님께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라고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병원에 사목 방문 중인 파블로 혼차루크 주교(출처=ACN 자료사진)
교적 조용한 국외 또는 우크라이나 서쪽으로 피난을 떠난 본당 신자들과도 사제들이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제들은 다른 곳으로 피난을 떠난 신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서로 돕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SNS 그룹을 만들어서 소통합니다. 러시아 점령지역에 있는 신자들과도 비슷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가능한 한 많은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포로로 잡혀가거나 추방된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교회는 어떻게 돕고 있습니까?
가끔 전쟁 포로가 된 이들의 친척들로부터 상대편과 연락을 취해 그들을 빼내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저는 상대편과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합니다. 많은 사람이 점령지역을 떠났고 가족들은 흩어졌습니다.
얼마 전 최전방에서 복무하는 한 군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망원경으로 러시아 점령지역에 아내와 자녀들이 살고 있는 그의 집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 먼 곳에서 아내와 자녀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들과 연락할 수도 없고 소리내어 부를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아내와 자녀들을 안고 싶었지만 손을 흔들어 알릴 수 조차 없었습니다.
또한, 어린 자녀들이 어머니와 떨어지는 비극을 겪는 마리우폴에 있는 러시아의 ‘여과 수용소’(filtration camps)로 보내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수용소의 여성에게 반감이 있으면 그녀에 대한 의혹을 만들어 바로 감옥으로 보냅니다. 그러면 그녀는 자녀들과 떨어지게 됩니다. 비극적이고 정말 고통스러운 사연들이 많습니다. 사제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미사일 공격을 받은 하르키우 시 중심의 한 건물(출처=ACN 자료사진)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제들을 찾습니까? 이 시기에 교회는 어떤 영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네, 전쟁은 사람들의 허울뿐인 안정감과 안보정신을 무너뜨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긴급상황에 더 쉽게 대처하기 위해 봉사하지만, 신앙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믿는 분을 알기 때문에 봉사합니다. 이런 태도는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는 빛과 같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사제와 평신도로서의 사명으로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옆에 어떤 사람을 데려다 놓으실지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전쟁은 하느님을 더욱 깊이 열망하게 하기도 합니다.
병원 방문에서 60년을 함께한 한 부부를 만났고, 그들과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가 끝난 후 남편은 이번이 평생의 첫 기도였다며 기쁨으로 가득 찼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3일 후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평생 남편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처음 봤다고 저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감사했습니다. 남편은 일평생 믿음이 없다가 죽기 3일 전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다른 그리스도교와도 협력하고 있습니까?
함께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진 않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미트로판 주교님이 계시는 차가운 언덕이라는 뜻의 콜로드나야 고라 지역은 극심한 미사일 공격을 받았습니다. 주교님이 방문하셨을 때 주교님께 저희와 함께 지내자고 제안을 드렸고 주교님은 우리 교구청에서 4개월 정도 머무르셨습니다. 우리는 각각 정교회 주교 복장과 가톨릭 주교 복장으로 함께 병원의 환자들과 지하철역에 대피해있는 피난민들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개신교 예배당, 유다인 공동체 그리고 다양한 봉사단체와 기업들과도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폭격으로 가스 시설이 파괴되어 야외에서 불을 피우고 요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의 사람들(출처=ACN 자료사진)
우크라이나와 주교님의 교구를 돕고 있는 ACN 후원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에게 귀감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고통받고 있는 이 사람들 가운데 계시며 그들은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그들을 도움으로써 여러분은 언젠가 그분으로부터 “나를 도와주어서 고맙구나, 너는 내가 배고프고 추웠을 때 나를 도왔다. 하느님의 나라가 너에게 가까이 있다!”라는 말씀을 들을 것입니다.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