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라비아대목구장 서리 폴 힌더(Paul Hinder) 주교는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레인 사도 순방에서 교황이 이주민 노동자가 다수인 아라비아의 가톨릭 공동체를 만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라비아 현지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하기 위해 11월 3일에서 6일까지 바레인을 방문한다. 그러나 종교 간 문제 전문가이며, 현재 북아라비아대목구장 서리인 폴 힌더 주교에 따르면 이번 사도 순방의 주된 목적은 이슬람교와의 종교 간 대화를 위해서이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 주최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스위스 출신의 힌더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순방에서 ‘대화를 위한 바레인 포럼’에 참석하며, 이는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국가들을 방문해온 교황의 지난 사도 순방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님은 여기서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아부다비 사도 순방과도 연계성이 있습니다. 이미 교황님은 몇몇 이슬람 국가를 같은 목표를 가지고 방문하셨습니다. 그 목표는 우리의 믿음을 타협하지 않고 함께 미래를 만들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공동체를 위한 플랫폼을 찾는 것입니다.”
힌더 주교는 그리스도인과 이슬람교인 모두가 원하는 것은 다름을 존중하는 진솔한 대화라고 말한다. “지적, 신학적 차원의 대화는 쉽지 않습니다. 공통의 언어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그 누구도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가 반반 섞인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전통에 충실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온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교도 신자든 그리스도교 신자든 하늘과 땅을 창조한 하나의 신을 믿는 신자로서 그렇게 해야 하며, 우리는 그분이 창조하신 하늘과 땅에 책임이 있습니다.”
북아라비아대목구장 서리 폴 힌더 주교(출처=ACN 자료사진)
(대화의) 다리를 만드는 사람들
최종 결과에 대해 “우리가 아니라 하느님께 달려있다”라고 강조하며, 힌더 주교는 “만약 두 주요 일신교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우리는 해결책이 되어야지 세계 여러 곳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황님은 사람들의 소통이 멈춘 곳에 (대화의) 다리를 만드는 일에 지치지 않으십니다.”
걸프 지역의 복잡한 현실에서 바레인은 특별하다. 바레인은 시아파가 다수이지만 왕족은 수니파로, 이슬람교인이 인구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의 비교적 큰 다른 종교 공동체인 그리스도교(14%), 힌두교(10%)도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바레인은 다름에 익숙하며 이해 증진을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것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려하고자 하는 점으로 예상된다. 북아라비아대목구장 서리 힌더 주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레인이 종교적, 이념적으로 중동 강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있어 대화의 다리를 만드는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교황님은 아마도 국왕에게 계속해서 이 지역에서 대화의 다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격려해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2만8천 명의 바레인 그리스도인을 만나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레인의 가톨릭 공동체와 주변국에서 오는 신자들도 만날 계획이다.
바레인 국민 중 극소수의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의 8만 가톨릭 신자의 대다수는 인도, 스리랑카, 필리핀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힌더 주교는 교황이 열정적인 신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국립 경기장에서 거행되는 폐막미사가 하이라이트일 것입니다. 제가 아는 바레인의 신자들로 보아서는 축제와도 같은 미사가 될 것입니다. 2천여 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신자들을 포함한 2만 8천여 명이 신자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비록 이웃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종교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바레인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이 교회를 세울 수도 있으며, 국왕이 걸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라비아의 주교좌 성모대성당’ 건축을 위한 부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주교좌 대성당은 ACN의 지원으로 건축되었다. 18년 동안 걸프지역에서 사목활동을 해온 힌더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종교적 자유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의 사목활동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활동적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미사에 참석해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리가 부족해서 문제입니다. 저희에게 기쁨과 만족을 줍니다. 저 자신의 신앙도 더욱 굳건해졌고 지난 시간 동안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ACN의 지원으로 건축된 ‘아라비아의 주교과 성모 대성당’ 외부(출처=ACN 자료사진)
노동자들과 그들 가족의 운명
그러나 이곳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곳 신자들은 대부분 바레인 국민이 아니어서, 일자리를 잃으면 나라를 떠나야 합니다. 수십만 명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일자리를 잃었고,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곳 또는 고향에서 가족들이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어서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가족들이 떨어져 지내는 것도 사목활동에 어려움이 되기도 합니다.”
걸프국가들은 엄청난 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반 노동자들이나 교회가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노동 착취와 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힌더 주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곳 교회는 가난합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신자들은 연대하며 가난한 이들도 가능한 방법으로 관대한 기부를 합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신자 수에 비에 그들은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성당 대부분은 신자들의 기부로 지어졌습니다. 신자들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다해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이와 같은 국가에서 공식적 지원은 없거나 극히 드문 일이다. 이런 이유로 힌더 주교는 그의 재임 기간, 특히 더욱 상황이 어려운 국가에서 ACN으로부터 받았던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예멘에서 내전 발생 전, 우리가 활동할 수 있었을 때 ACN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제 후임자에게도 상황이 호전되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면 ACN에 지원 요청을 하라고 말해 두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ACN에 연락하라고 말씀 주신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ACN의 지원으로 건축된 ‘아라비아의 주교과 성모 대성당’ 내부(출처=ACN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3일부터 6일까지 바레인을 방문한다. 이번 사도 순방 동안 교황은 알아즈하르의 대이맘과 다시 회동할 예정이며, 그리스도교 지도자들과 함께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칠 예정이다. 가톨릭 공동체와의 미사는 토요일 오전으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