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가톨릭 학교 교사들은 교육을 직업이 아닌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사명은 계속되는 레바논 국가 경제 위기로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가고 있다.
제시 아비 카일 마스네는 사크레 쾨르 아인 나짐(Saints Coeurs Ain Najm) 학교의 교장으로 학교에서 20km 떨어진 만수리에 지역에 살고 있다. 이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는데 드는 비용은 레바논 파운드화로 한달 급여와 맞먹는다.
이 사실은 레바논의 학교 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끔찍한 위기를 보여준다. 레바논은 대통령 없이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레바논은 수년 동안 겪어온 경제적 재앙의 끝을 의미하는 구제금융을 위한 개혁을 시행할 수 있는 정부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제시는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 주최한 온라인 비대면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는 결혼해서 3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교사 급여만으로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도 마련해 줄 수가 없습니다. 한두가지 일을 더 해야만 해서 전처럼 수업 준비를 충분히 할 시간이 없습니다. ”
그러나 국가적 위기가 가정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인해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이 커져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현 상황 때문에 제시의 업무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부족한 활동비와 전력 부족으로 매일 오후 2시 30분에 전기와 난방이 차단되는 제한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번영과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희는 이곳 레바논에서 간신히 살아남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육을 일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교육은 항상 저희의 사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사명을 지속해 나가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한 교사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서방이나 인근걸프만 국가들로 떼를 지어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떠날 상황이 되지 못하거나 조국인 레바논을 떠나고 싶지 않은 이들이다. 두 자녀들을 사크레 쾨르 아인 나짐(Saint Coeurs Ain Najm) 학교에 보내는 로버트 키루즈는 자신은 후자에 속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온라인 비대면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두바이나 아부다비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제 아이들이 가톨릭 교육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프랑스 여권 또한 가지고 있지만 레바논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레바논을 사랑하고 이곳에 머물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도와야 합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대학 교수인 로버트는 과거에는 매달 미화 약3,500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지금은 레바논 파운드화의 폭락으로 그의 월급은 약 150달러가 되었다. “저도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데 더 적게 벌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재앙적인 상황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고향 땅에 머물 수 있도록 돕는 가톨릭 학교
320개의 레바논 내 가톨릭 학교는 약 20만 명의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90개의 준공립학교는 2017년 이후 정부 지원이 중단되었다. 현재 학교들은 ACN과 같은 단체의 지원으로만(학비, 교사 급여, 교자재, 연료비 감소를 위한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운영되고 있다.
바실리오 수도회 수사로서 레바논 가톨릭 학교 협회 국장인 요세프 나스르 신부는 교회가 이 사명을 단순히 교육이나 학생들에게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전하는 기회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레바논의 많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존속의 문제이다. “그리스도교인들과 이슬람교인들은 레바논 전역에서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톨릭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 인구구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마을을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이 사는 곳에 머무르기 위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을 그들 고향 땅에 머무르게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러나 요세프 신부는 가톨릭 학교의 사명이 레바논의 불안정한 평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우리 학교 학생의 30%은 이슬람교인입니다. 우리는 뚜렷한 정체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차별 없이 모든 레바논 공동체를 환영합니다. 동시에 우리 학교는 다른 공동체와의 활발한 대화의 장이 되고 있으며 우리가 문제 없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지도층에서는 문제가 있을지라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 학교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습니다.”
레바논 가톨릭 학교 사무국 국장 요세프 나스르 신부(출처=ACN 자료사진)
희망의 어린이들
ACN은 계속되는 레바논의 경제적 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중동 전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그리스도인의 존속을 위해 레바논의 가톨릭 학교들을 돕기에 나섰다.
요세프 신부는 컨퍼런스에서 ACN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ACN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희는 학교 문을 닫아야 했을 것입니다. 특히 작은 마을에 있는 학교들은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ACN은 레바논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딴곳에 있는 150개 이상의 학교를 지원하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ACN의 모든 분들과 후원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여러분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여러분 없이는 저희가 계속해서 사명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없이는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저희의 사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원이 계속해서 필요합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의지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떠나지 않으시리라는 것과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우리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레바논 가톨릭 학교의 학생들(출처=ACN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