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본부 동유럽 담당 실장이자 우크라이나 사목 원조 책임자 마그다 카츠마렉(Magda Kaczmarek)은 cpbc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과 부활 시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한국 교회에 전했다. 다음은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1. 자기소개와 더불어 ACN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목 원조 담당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요?
저는 마그다 카츠마렉이고 폴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지난 32년간 ACN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고 발칸 반도의 3개국(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ACN은 박해받고 고통받는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특별히 제가 맡은 이들 국가에서 교회는 소수 공동체이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프로젝트 파트너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지역 주교, 사제, 수도자 등 우리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과 접촉합니다. 둘째로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도하고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또 지금과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집을 잃거나 가족 혹은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지역교회의 문을 활짝 열게끔 하고 있습니다.
ACN 본부 동유럽 담당 실장이자 우크라이나 사목 원조 책임자 마그다 카츠마렉(출처=ACN 자료사진)
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장에 몇 번이나 방문하셨습니까? 어떤 방법으로 가실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네, 2022년 러시아의 일방적이고도 공포스러운 침공 이후 저는 세 번(2022년 4월, 11월, 2023년 3월) 방문했습니다.
기차, 버스 또한 자동차로만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우리는 폴란드행 비행기를 탔고 그다음에 차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국가총동원령에 따르면 18세에서 60세 사이의 모든 남자는 자녀가 3명 이상 있거나 중증 병을 앓고 있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60세 미만의 우크라이나 신학생이나 사제는 출국할 수 없었습니다. 단 폴란드인과 같이 외국에서 온 사제는 이 동원령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며 사목하는 폴란드 신부님들 대부분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계속 머물고 계십니다.
3.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전쟁의 앞날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습니까?
최근에 저는 ACN의 프로젝트 본부장인 마르코 멘칼리아(Marco Mencaglia)와 함께 세 번째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였습니다. 이번 방문에 우리는 키이우(Kyiv)에 갔었지만, 그곳을 벗어나 이르핀(Irpin), 브로바리(Brovary) 등 여러 도시를 방문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전에 러시아 군대에 의해 점령되고 파괴된 지역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직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러시아는 이웃 나라인 우크라이나의 가족,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겁니까? 왜 러시아는 그들의 삶을 처참히 파괴하고 있는 겁니까, 도대체 왜 그러는 걸 까요? 2022년 4월,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수천 명의 난민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80%가 여성과 아이들이었고 노약자와 병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모국을 떠나려고 했거나 신학교, 수도원, 본당 건물에 머물면서 생존하려고 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난민들이 줄어들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중부엔 더 많은 난민이 있습니다. 1,500만 명이 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를 떠났고 그중 7만 명은 폴란드 혹은 서유럽에 있으며, 100만 명은 러시아로, 700만 명의 실향민들은 우크라이나 서부와 중부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실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전쟁의 끝은 예측할 수 없으며 아무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없겠지요. 사람들은 그저 평화만을 바랄 뿐이고 교회 공동체는 신자들과 함께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갈라지지 않고 함께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두려움 속에 살지 않고 또 아버지의 무사 귀환을 바라면서 친구들과 함께 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절대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마그다 카즈마렉과 마르코 멘칼리아가 리비우의 성 요한 바오로 2세 성당에 난민 구호품 전달(출처=ACN 자료사진)
4. 우크라이나 사람들, 특히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는 누가 가톨릭 신자인지 정교회 신자인지 혹은 신자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존재 이유를 잃고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세계는 무너졌고 더는 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것은 자비의 실천이고 가톨릭교회의 지역 성당들에는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5.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는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어떤 지원을 펼쳤습니까?
교황님의 마지막 호소는 여전히 평화를 위한 기도였습니다. (“전쟁은 광기이며 이성을 벗어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반포 60주년을 맞아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을 인용하며 “국가와 시민이 무력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를 널리 퍼뜨리도록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2023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 지향)
우리 후원자들은 여전히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누가 고통받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또 고통 속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황청 재단으로서 교황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교황님의 걱정을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낼 것을 호소합니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의 후원자들은 가톨릭교회와 그리스 가톨릭교회의 교구들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29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위해 950만 유로 이상을 기부했다. 이러한 원조 대부분은 가장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했고 그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줬다.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대규모 침공하여 주요 도시를 폭격하고 키이우 점령을 시도할 때, ACN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긴급 구호 단체 중 하나였다.
지난 1년 동안 이 노력은 중단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그들은 전쟁 중에 모든 재산을 잃거나 심지어 가족까지 잃은 사람을 포함하여 절망 속에 도움이 필요한 15,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직접 도왔다.
- 7,477명의 교구 사제, 수도자, 교구 직원에게 실질적인 긴급 구호 자금 전달 :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교회 공동체의 활동을 지속시키며 주민들의 영적 지원과 물적 필요품 제공
- 인도적 지원의 형태로 교회 기관을 통해 2,274명의 피난민을 직접 지원
- 1,712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방학 캠프를 통해 사목적 돌봄을 제공
- 738명의 신학생 지원
- 3,280명의 피정과 전문 교육 지원 (2,640명은 본당 사목 활동에 참여하는 평신도와 그들의 가족, 640명은 수도자, 사제와 교리교사)
- 994명의 수도자(831명 수녀, 163명 수사) 지원
- 에너지 위기 속 겨울 난방 지원 : 205개의 발전기와 78개의 단열 혹은 난방 시스템 제공, 25건의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을 통해 난민들을 돌보는 수도원 지원
- 231개의 주방 리모델링, 휴대용 오븐 지원
- 80대의 운송수단(자동차와 밴) 지원 : 교구, 본당, 신학교 그리고 수도원과 단체가 사목적 돌봄과 생필품 분배를 할 수 있도록 지원
- 130개의 전례용품(미사 가방) 지원 : 사제들이 분쟁 지역에서도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지원
- 6,549명의 사제에게 미사 예물 지원
- ‘ACN 어린이 성경’「하느님이 당신 자녀에게 말씀하신다」의 우크라이나어판 4만부와 마르코 복음 3만부 지원 (한국지부 단독 지원사업)
6. 활동하면서 힘든 점이 있습니까?
우리는 현장 상황을 보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로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곳에 사는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주교들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어떻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우리에게 말해주기도 합니다.
7. 부활 시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분위기는 어떤가요?
다가오는 부활 시기는 이 끔찍한 전쟁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부활 시기이고, 지금 보내고 있는 사순 시기와 성주간은 선량한 많은 사람이 죽고 또 여전히 고통받는 근현대 우크라이나의 역사에서 두 번째로 큰 십자가의 길입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결국 부활을 통한 승리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다줍니다. 교회 공동체는 평소처럼 부활 시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도 이 부활의 큰 기쁨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사제들은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완전하길 기도합니다. 우리 생명이 오직 하느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8. 현재 가톨릭 신자들이 살아가면서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나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가톨릭교회만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겐 승리하고, 하나가 되고, 파괴된 도시와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자녀에게 자유로운 나라의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 하는 우크라이나 사회가 있을 뿐입니다.
9. 작년 ACN 본부에서는 후원자의 날을 지정했고, ACN 한국지부에서는 가톨릭 평화방송, 평화신문의 ‘TV 매일미사’ 와 특별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모금 활동을 두 번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총 44,994유로가 모였고, 모든 성금은 ACN 본부에서 우크라이나어로 번역된 어린이 성경과 마르코 복음서를 출판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가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가톨릭 교회를 위해서 또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 질문은 ACN 한국지부장이신 박기석 신부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ACN 한국지부의 후원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오늘날 각 지역 가톨릭교회들이 문을 두드리며 잘 곳을 찾고 먹을 것을 구하는 모든 사람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형제, 자매들은 매일 후원자들과 그분들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이 사실임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10. ACN과 마그다 실장님의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스스로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무사히 살아남고 그들의 사목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입니다. 또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선포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교회에서 가장 큰 도전을 받는 부분은 많은 사람, 특히 어린이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지속적인 치유는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사목 활동과 그에 따른 배려로 사제와 수도자들의 심리적 돌봄 과정도 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이 일과 관련하여 언제든 그들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의 선한 마음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2022년 4월, 리비우 성모 승천 대성당에서의 성유 축성 미사에 함께한 우크라이나 사목 원조 책임자 마그다 카츠마렉과
ACN 본부 프로젝트 본부장 마르코 멘칼리아(출처=ACN 자료사진)
희망은 담대합니다. 삶을 더욱 아름답고 품위 있게 해 주는 위대한 이상에 열려 있도록,
희망은 시야를 제한하는 개인의 안위, 사소한 안전이나 보상을 넘어 바라보는 법을 압니다.
희망을 품고 우리 함께 걸어갑시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55항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