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Nizhnij Novgorod)의 정교회는 가톨릭교회와 협력하여 여성들을 위한 위기센터를 설립하였습니다. 교황청재단 ACN의 러시아 담당 전문가 피터 후메니욱 신부는 러시아를 방문한 후 인터뷰를 통해 여성과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보고했습니다.
최근 니즈니노브고로드, 러시아 정교회와 가톨릭교회의 협력으로 설립되어 교황청재단 ACN의 지원을 받는 여성위기센터를 방문하셨습니다. 어떠셨나요?
깊이 감동했습니다. 저는 이미 여러 지역을 방문했고 수많은 지원사업을 보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가슴 벅찬 경험이었어요. 그들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어요! 낙태로 잃을 뻔한 아이들의 생명과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 깊은 절망에 빠진 여성들을 살리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멀리 동부에서 온 한 젊은 어머니가 있었어요. 그녀는 샤머니즘 토속신앙을 가진 소수 민족 출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의지로 정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해요. 그녀는 한 러시아 남자를 알게 되었고, 그가 자신과 결혼할 것으로 생각해 모든 것을 뒤로했습니다. 그러나 임신을 하자 그는 그녀를 내쫓아 버렸어요. 그녀는 말 그대로 거리에 나앉아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천애고아로 남겨졌습니다. 사실 그녀는 낙태 말고는 대안이 없었어요. 그녀는 거리에서 여성위기센터 전화번호가 적힌 현수막을 보았고, 그녀는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가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 점이 인상 깊었지요. 그녀는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젊은 엄마와 아기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아기는 다음 날 세례를 받을 예정이었지요. 그녀는 이제 직업을 구해 스스로 생활할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의 이야기지요.
여성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나요?
여성들은 위기의 전화로 처음 연락을 줍니다. 위기의 전화는 무료이며, 아이들과 가정폭력을 피해야 하는 여성,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절망적 상황의 여성들, 방금 감옥에서 출소하여 갈 곳이 없는 여성들이나 남편이 수감된 여성들 등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는 다양합니다. 센터는 문제에 따라 심리, 사목, 법률 상담을 지원하며 아이 옷이나 식량 등 물질적으로도 지원합니다. 또한,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숙소가 제공됩니다. 그러나 현재 여성의 집 2곳에는 자리가 부족합니다. ACN은 30여 명의 여성이 자녀들과 생활할 수 있는 세 번째 여성의 집 건립을 지원했습니다. 여성위기센터 직원들은 종종 폭력적인 남편이나 남자친구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해야만 합니다. 상황이 열악하고 장소가 부족함에도 자신의 소임을 훌륭하게 해내는 것은 정말 인상 깊습니다.
위기 센터에서는 누가 일하고 있나요?
센터는 사제에 의해 운영됩니다. 각 센터에는 작은 경당이 있습니다. 여성들은 영성적으로 돌봄을 받아야 합니다. 복음의 정신을 느끼고 자신들이 받는 도움이 그리스도교의 이웃사랑과 상응한다는 것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여성의 집은 여성들이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 상황 없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모두 열려 있습니다. 도움을 받기 위해 세례를 받아야 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센터 직원들은 심리학자, 의사, 경험 많은 보호사입니다. 물론 신앙 안에서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에게는 깊은 이웃사랑의 정신이 요구될 뿐 아니라 전문성도 요구됩니다. 보호사에게 깊게 의존해야만 하는 매우 어려운 사례도 있습니다. 어떤 여성들은 가장 근본적인 것을 가르쳐야만 할 정도로 기능장애가 있는 가정에서 옵니다. 심지어 아기가 목욕을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이런 보살핌을 경험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런 보살핌을 줄 수 없었던 거지요. 보호사들이 그런 여성들을 사랑스럽게 돌보며 어머니의 역할을 차근차근 익히도록 돕는지 알게 되어 인상 깊었습니다.
교황청재단 ACN이 이곳에서 지원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교회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 가톨릭교회가 함께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CN의 활동은 이미 25년간 이어 온 가톨릭교회와 러시아 정교회의 대화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2016년 2월 쿠바 아바나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공존하고 협력하기 위한 새로운 길과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두 교회의 수장께서는 가정을 지키고,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교회가 직면한 과제라는 뜻을 함께 발표하셨습니다. 이는 두 교회가 오늘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며 가장 우려를 표하는 점입니다. 두 교회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 문제에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교회와 가톨릭교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하나요?
여성 위기 센터가 가장 처음 설립된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정교회 지도자들이 가톨릭 전문가를 초대해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다른 교구에서도 비슷한 자리들이 많이 마련됐지요. 2017년 가을 스타브로폴(Stavropol)에 새로운 여성 위기 센터가 설립되었습니다. 두 교회는 여러 계층에서 협력하여 활동합니다. ACN은 이 교회일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예를 들면 지난해 모스크바의 정교회 대주교들이 국제 세미나를 열어 가톨릭과 정교회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낙태반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방문에 대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너무 기쁘지요. 러시아 정교회와 가톨릭교회는 복음의 정신에 따라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요. 그리스도의 고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ACN은 두 교회가 협력하고 함께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 좋은 자극과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