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는 수일 동안 이어진 대규모 정전사태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지난 3월 7일, 베네수엘라 전국 23개 주에서 동시에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카리타스는 교황청재단 ACN에, 이번 사태는 식수와 석유공급, 교통, 연락망, 병원 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카리타스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전 사태는 전국 전기 총생산량의 80% 이상을 공급하던 수력발전소의 오작동 문제로 인해 벌어졌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이번 긴급사태는 외국의 “사이버 테러 공격” 때문에 벌어진 “전기 전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ACN은 베네수엘라 주교들로부터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어떤 곳들은 무려 13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단전된 채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으며 사회적으로 긴장감이 팽배해져 약탈이 일어나고 학교와 사업장 운영은 마비되었습니다.
시우다드 볼리바르(Ciudad Bolivar)의 울리세스 구티에레스 대주교는 이렇게 말합니다. “베네수엘라는 어둠 속에 있었습니다. 나라 전체에 5일 이상 정전이 계속되었어요. 병원, 보건기관, 공공기관, 대중교통, 은행 등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전대미문의 사태로 전국이 마비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정전 때문에 필요한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해 사망했습니다.” 카리타스는, ‘의사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20여 명이 정전의 영향으로 사망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산크리스토발(San Cristóbal)의 마리오 모론타 주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국은 국민들의 호소에 귀 기울일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 어려운 상황의 해결책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실상 별 마음을 쓰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정치 체계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더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정치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투쿠피타(Tucupita) 대목구의 에르네스토 로메로 주교는 전국을 강타한 이번 대규모 정전은 “정부의 태만, 무관심, 관리능력 결핍, 무능 등을 증명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번 위기 상황으로 국민들은 비위생적인 수원지에서 식수를 기르고 상한 음식을 먹거나 위험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엘티그레(El Tigre)의 호세 마누엘 로메로 바리오스 주교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삶이 구조적 폭력으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폭력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관리 실패로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폭력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산카를로스(San Carlos)의 폴리토 로드리게스 주교 역시 “ 베네수엘라는 오늘날 국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인도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인권은 잔인하게 침해되었고, 정부에 의해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무시되고 있습니다.” 라고 언급합니다.
또한 쿠마나(Cumaná)의 예수스 곤잘레스 데 자라테 대주교는 “거짓말, 불의, 폭력남용, 국민을 분열시키고 통제하려는 욕구, 압제, 합법적 시위 탄압 등 하느님의 계획에 반하는 모든 것을 지탄” 합니다.
카비마스(Cabimas) 교구의 임시관리교구장 앙헬 카라바요 주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법적 어둠, 사회적 치안의 어둠, 식량 부족의 어둠, 국민 평화의 어둠, 문자 그대로 ‘어둠의 시기’가 와서 베네수엘라 국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국민을 잊고 지배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잘못으로 이 어둠이 왔으며, 나라 전역에 비극, 죽음, 불안, 빈곤이 퍼지고 있습니다.”
트루히요의 오스왈도 아수아헤 주교는 현 상황을 개탄하면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형제들 안에서 주님의 모습을 찾기를” 요청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정전 사태를 겪는 동안, 위대한 연대의 정신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식량, 식수, 교통수단 연료 등 부족한 물자를 기꺼이 이웃과 나누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주교들의 메시지는 어둠의 혼돈 속에 살고있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줍니다. 카리타스는 식사를 나누는 “냄비 공동체” 운동을 여러 교구에서 지속하고 “의약품 은행”을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