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빨리 돌아오셔야 돼요!”
시베리아 서부 도시,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노보시비르스크 시민 중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소수이지만, 모두가 봉쇄 명령과 경제적 파장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 실업자와 노약자, 저소득층 어린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의 거룩한 변모’ 교구에서 활동 중인 수녀들은 이러한 소외된 이웃들을 집중적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수녀들은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와 인터뷰를 가지며,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2020년 1월 20일, 러시아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이후 4개월 만에 50만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7,400여 명이 사망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확진자는 더 많으리라 예상합니다(2020년 7월 20일 러시아 확진자 77만여 명, 사망자 12,000명 이상). 러시아 정부는 결국 국가 전체를 봉쇄시켰고, 서서히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활발하게 확산된 곳은 수도 모스크바이지만, 시베리아까지 퍼졌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지난 6월까지 4,604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62명이 사망했습니다.
팬데믹이 선언되고 수녀들은 거의 불가능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빈체시오아바오로 사랑의 딸회 소속인 독일계 테레자 비트실링 수녀는 시베리아를 ‘지붕 없는 집’이라고 불렀습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망명자와 유배된 사람들이 이곳으로 보내졌고, 많은 이가 순교했습니다.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강제 노역을 하다가 죽거나 추위로 동사했습니다. 이곳의 겨울은 길고 추운데, 여름은 짧지만 덥습니다. 여러모로 살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서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의 거룩한 변모 교구에는 약 100만 명의 신자들이 사는데,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혹은 독일계입니다. 교구 관할 면적은 200만 km2인데, 40명의 사제가 본당 70개를 맡고 있습니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사제들에게 수녀들의 지원이 없다면, 교구 신자들을 돌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테레자 수녀는 동료 수녀 2명과 함께 2015년, 척박한 시베리아로 건너왔습니다. 빈체시오아바오로 사랑의 딸회 수녀들은 노보시비르스크의 서남쪽에 있는 슬라브고로드에 국공립 어린이집과 교회 재단의 어린이집을 열었습니다. “어린이 대부분은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라 가정환경이 어렵고, 부모의 보살핌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모라서 아이를 돌볼 수 없거나, 한 부모가 직장 때문에 몇 달씩 해외에 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주 방치되곤 합니다.” 수녀들은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마련하고, 어린이 100명에게 급식을 제공합니다. 많은 어린이에게는 어린이집에서 먹는 급식이 하루에 한 끼,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식사입니다. 수녀들은 또한 1년에 2번, 여름과 겨울, 아이들이 하느님과 함께할 수 있는 방학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활동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실직하거나 감봉을 당하고, 자녀에게 먹일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우리 수녀원을 찾아옵니다.”
수녀들은 마스크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노보시비르스크도 마스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녀들은 사람들에게 수제 마스크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수녀들은 특히 도시의 노숙자에게 큰 지지를 받습니다. “그들은 가슴 아픈 기억과 심리적인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냥 물질적인 지원만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따뜻하게 대해 주면 참 고마워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이 되는 것은 더 많이 있습니다. “매일 성찬례를 거행할 수 있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팬데믹 종식을 지향으로 매일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미사를 마치면서 신부님이 성광에 성체를 모시고 거리로 나가, 본당과 도시를 성체 강복합니다.”
먼 거리를 극복하다
수르구트는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북쪽으로 1,000km 떨어져 있습니다. 성 바오로의 천사 수녀회 수녀 2명은 수르구트의 사회 복지 재활 시설에서 노숙자 140명을 보살핍니다. 수녀들은 본당으로 옷가지와 음식을 배달하며 신자들이 생존할 수 있게 합니다.
두 수녀는 2011년 처음으로 수르구트에 왔고, 2015년부터 이곳에 상주하면서 성 요셉 본당 사목을 돕고 있습니다. 성 요셉 본당은 이 지역에서 제대로 세워진 유일한 성당이지만, 많은 가톨릭 신자들의 결단력과 너그러움으로, 수르구트에서 320km 떨어진 노야브르스크와 190km 떨어진 코갈림에 작은 경당을 마련했습니다. 수녀들은 평상시 2주에 1번 사제와 함께 경당을 찾아갑니다. 테레사 자쿠보브스카 수녀는 “신자들과 인간적인 친분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테레사 수녀의 소원은 가톨릭 신자가 있는 모든 곳에 경당을 세우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유롭게 미사에 참례할 수 없기 때문에 미사가 더욱 그립습니다. 다른 수도회처럼 성 바오로의 천사 수녀회도 매일 미사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며 신자들을 영적으로 격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온라인 미사를 통해 서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도비니꼬회 베타이아 공동체의 알리나 알락쇼바 수녀는 지난 20년간 하느님의 자비 본당에서 활동했습니다. “여기는 가톨릭 신자가 별로 없고, 있어도 여러 마을에 흩어져 삽니다. 그래서 주일 미사나 축일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고, 돌아갈 때는 오랜 시간 버스를 기다린 후에야 오후 늦게 타고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지치지 않게 합니다. 본당 신자들을 더 알게 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버스가 잘 다니지 않고, 개인택시도 자주 오지 않고, 시간표를 잘 지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픈 이를 방문하고 독거 노인에게 식료품과 약을 가져다주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수녀들은 현재 신자 없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수녀들은 ‘왓츠앱’ 메신저 그룹을 만들어서 본당 신자들과 연락하며 소식을 전하고, 미사 생중계를 볼 수 있는 링크도 보냅니다.
도시 봉쇄는 교구의 모든 수녀에게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성 엘리사벳 수녀회’는 본당 신자 방문이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신자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우정을 쌓습니다. 우리가 떠날 때 ‘제발 가지 마세요. 수녀님! 빨리 돌아오셔야 돼요.’라고 말해줍니다.” 수녀들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전화 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있습니다. 집에 인터넷이 없는 신자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다른 수도회처럼 옴스크의 ‘주님의 종과 마타라의 동정녀 수도회’는 교육 사업을 완전히 온라인상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화상 회의로 교리교육을 하고, 청소년의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 짧은 영상을 만들고, 다른 분원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학습도구를 제작했습니다. 마리아 글룸 원장수녀는 “우리는 청소년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말입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끔찍한 시기이지만,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커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가장 강력한 치료제, 기도
노보시비르스크 가르멜 수녀회는 교구에서 유일한 관상수도회인데,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치료제인 기도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테레사 마리아 수녀, 크리스티나 수녀 그리고 아그니자 수녀는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픈 이의 치유, 고통받는 이의 위안, 의료계 종사자의 휴식과 취약 계층의 보호를 위해 기도합니다. 또한, 우리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중인 과학자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ACN의 후원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ACN은 노보시비르스크의 거룩한 변모 교구의 18개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녀 68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구장 조셉 워스 주교는 만약 수녀들이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교구에)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본당에서 봉헌금을 걷을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ACN은 또한 지난 수십 년간 러시아의 세 개 교구 – 모스크바, 이르쿠츠크, 사라토브교구를 지원해 왔습니다. 교육, 생계, 건축과 재건축, 교통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