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본부 대외언론팀 마리아 로자노(Maria Loano) 팀장
가자 지구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곤경과 고통은 날로 심화 되고 있다.
거룩한 땅, 성지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 지금, 가자 지구의 작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벌어진 상황들은 처참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의 현지 프로젝트 파트너로서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는 거룩한 묵주기도 수녀회의 나빌라(Nabila)수녀에 따르면, 최소 53세대 그리스도인의 주택이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대부분의 그리스도교 기관 건물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가자 지구에서 그리스도인의 존재와 가톨릭교회의 활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거룩한 묵주기도 수녀회가 운영하던 학교마저 폭격으로 무너져 수도자들과 신자들은 실의에 빠졌다.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 지구의 거룩한 묵주기도 수녀회가 운영하는 학교(출처=ACN 자료사진)
이 학교는 가자 지구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세 개의 지역 중 하나이며 지난 2주 동안 폭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탈 알 하와(Tal Al Hawa)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2023년 11월 4일 토요일, 이 학교의 교장이기도 한 나빌라 수녀는 폭격으로 학교 건물이 크게 파괴된 후 ACN 본부에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폭격으로 파괴되어 무너진 학교를 보니 제 가슴이 무너집니다.” 넓은 야외 운동장이 엉망이 되었고, 인근 기반 시설도 파손되어 건물 중 하나가 무너졌다.
며칠 후 나빌라 수녀는 현장을 잠시 찾아가 파괴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학교 재건을 위한 긴급 지원을 ACN에 청하고, ACN 역시 승인하였지만 명백한 이유로 더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자선 기관과 성당을 비우라는 군대의 요구’) 중에 다시 비참한 심정을 전해왔다.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너무나 슬픕니다.”
다행스럽게도 전쟁 발발 며칠 후 수녀들은 학교 건물로 대피해 있었다. 그 이후로 두 명의 수녀는 가자 시티의 다른 지역에 있는 교회와 수녀원, 작은 학교가 있는 성가정 성당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5명의 다른 수도회 수녀들과 한 명의 사제가 100명의 어린이와 70명의 장애인을 포함한 750명의 난민 그리스도인들을 돌보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 “학교를 관리하던 경비원도 폭격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 떠났습니다. 학생 중의 일부는 우리와 함께 이곳에 있고, 우리가 아는 한 아무도 죽은 이가 없기에 하느님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빌라 수녀는 이렇게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전해 왔다.
수도자들의 사명: 가자 지구 내의 그리스도인들의 생존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기
거룩한 묵주기도의 수녀회가 운영해온 이 학교는 가자 지구 지역 사회에 희망의 등불이었다. 지난 2000년도에서 설립된 이 학교는 160명의 학생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2023년에는 이미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학생 1,250명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가자 지구에서 가장 큰 학교 중 하나로 가난한 지역 사회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다.
폭격 전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있는 나빌라 수녀(출처=ACN 자료사진)
나빌라 수녀는 이번 전쟁이 시작되기 전 ACN과의 앞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그리스도인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우리 수도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도전이자 헌신입니다. 수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우리의 의무는 차별 없이 지역 사회 전체를 섬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된 목적은 그들 자신의 땅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지요.”
19개 예배당이 폭격으로 파괴된 상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상징적인 그리스도교 기관 건물은 정교회 문화 센터이다. 또 다른 ACN의 현지 프로젝트 파트너로서 라틴(가톨릭교회) 총대주교청 관련자는 “12년간의 노력 끝에 지어진 이 센터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가자 시티 탈 알 화와 지역에 있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 가톨릭 센터도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폭격으로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직접 가서 확인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라고 전해왔다.
예루살렘 정교회 총대주교청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이 파괴적인 분쟁의 첫 3주 동안 가자 지구에서 사원과 교회를 포함한 19곳의 예배당이 공격을 받았다. “위기와 시련의 때에, 우리는 시편 34편 19절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주님께서는 마음이 부서진 이들에게 가까이 계시고 넋이 짓밟힌 이들을 구원해 주신다.’ 우리는 평화와 정의, 그리고 가자 지구의 고통이 조속히 종식되기를 기도합니다.” 예루살렘 정교회 총대주교청의 성명서는 이렇게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을 버릴 수 없습니다.”
가자 지구의 모든 민간인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나빌라 수녀는 끝까지본당 공동체와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수녀는 어린이, 어르신, 장애인, 병자들을 돌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동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동행하기 위해 여기 있으며, 버릴 수 없습니다.” 나빌라 수녀는 ACN과의 최근 연락을 취하면서도 수도자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11월 7일부터 ACN은 나빌라 수녀와의 연락이 끊겼다.
가자 지구에 남아 있는 그리스도인의 대부분은 라틴계(가톨릭교회) 성 가정 성당 또는 성 포르피리우스 정교회에 피신해 있다. ACN의 현지 프로젝트 파트너로서 라틴(가톨릭교회) 총대주교청 관련자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일주일 남짓한 기간 정도 버틸 수 있는 보급품이 있으며, 식수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정수 시스템으로 역행하였고, 발전기가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작동하기에 전기를 거의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전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휴전 없이는 가자 지구의 다른 지역에서도 폭격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매우 두려워 대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지역에서도 기근과 물과 대피소의 부족으로 그 상황은 매우 처참하고 끔찍합니다.”라고 관련자는 덧붙여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