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지 10년이 되면서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은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의 교회와 함께하고 하느님의 치유하는 사랑을 전하기 위해 2024년 사순·부활 캠페인을 진행한다.
우크라이나 무장 충돌 발생 10년과 사순 캠페인 시작을 알리기 위해 ACN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인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은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교회의 미래는 우리가 이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달렸으며 이 트라우마는 이미 우크라이나 사회의 심장인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출처=ACN 자료사진)
컨퍼런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가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사망한 이들의 유가족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들의 가족들 그리고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집계에 따르면 2만 명의 어린이가 러시아군에 의해 납치되었지만, 러시아는 80만 명을 추방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전투 중 실종된 3만 5천 명도 있습니다. 그들 가족의 삶은 지속적인 고문 속에 있습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한 23세 여성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과부인가요? 제 남편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기도해야 하나요 아니면 죽은 사람으로 기도해야 하나요?’ 포로 교환을 할 때마다 이들의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들의 슬픔은 새롭게 되살아나므로 각 가정은 지속해서 심리적, 육체적 고문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주 우크라이나 교황대사 비스발다스 쿨보카스 대주교에 따르면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석방되어 돌아온 이들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사람들, 특히 군인들이 갇혀있던 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끔찍합니다. 몇몇은 트라우마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에 따르면 다른 가족들 또한 고통받고 있다. “오늘날 가족 대부분은 남성들은 군대에 있고 여성과 아이들은 고향을 떠났거나 심지어는 나라를 떠났기 때문에 분리된 채로 살고 있습니다.”
이 상황으로 초래된 통계수치는 충격적이다. 로마 가톨릭교회와 일치하는 동방교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의 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23년에 17만 쌍의 부부가 탄생했지만 12만 건의 이혼이 있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독립 이래 가장 높은 이혼 수치입니다. 이 사람들을 돕는 것이 우리 교회에게 큰 도전입니다. 종종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들과 함께 울고 고통 속에 있는 그들의 손을 잡아줍니다. 이것이 저와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사목적 어려움입니다.”
성가정 수녀원에서 생활하는 70명의 국내 피난민과 여성 수도자들(출처=ACN 자료사진)
잊혀진 분쟁?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ACN 본부 수석대표 레지나 린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분쟁과 불안으로 세계의 관심이 다음 사건으로 쏠리면서 우크라이나는 정말 잊혀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ACN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올해 사순 캠페인을 우크라이나의 상황 조명을 위해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린치 대표는 이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들만의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순 캠페인의 목표는 피난민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에 헌신하는 신학생, 사제, 여성 수도자들을 위한 지원을 포함하여 전쟁 중에 절실히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과 가정 사목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ACN은 모든 후원자분께 우크라이나의 형제 자매들을 잊지 말고 사순시기에 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촉구합니다.”
비스발다스 쿨보카스 대주교도 이 위험에 관해 이야기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일부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이곳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매일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전선 근처나 점령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쟁을 잊는 것이 불가능하다. 주 우크라이나 교황대사 쿨보카스 대주교는 “전선에서의 상황은 연옥보다 더 안 좋다”며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식량이나 물조차도 전달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셰브추크 대주교는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는 강제로 지하교회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이 지역에는 가톨릭 사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도네츠크에서 사제가 없어도 신자들이 일요일마다 기도하러 성당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후 그들은 성당마저 폐쇄했습니다. 점령된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당국은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의 존재를 부정하는 특별령을 발표하고 재산을 몰수했으므로 신자들은 집에서 기도드리거나 가능한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예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반 레비츠키 신부와 보단 헬레타 신부의 계속되는 구금은 점령지역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직면한 위험을 상기시킨다. 그들은 2022년 11월 체포되었으며 셰프추크 대주교는 “그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CN!”
이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여 우크라이나의 가톨릭교회는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을 위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는 전선 50km 안팎의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700만여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르키우-자포리자 교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피난민들(출처=ACN 자료사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의 설명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지원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우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크라이나를 향한 인도적 지원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ACN은 이 지원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으며 지난 2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지원을 보냈다. 2022년 2월 24일부터 ACN은 영성심리 지원 센터 건축과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아동 대상 여름 성경캠프 지원, 사제 및 수도자 사목활동 차량 지원, 피난민들이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교회 기관 내 난방 및 주방 시설 지원을 포함해 6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셰브추크 대주교는 “지난 몇 년 동안 저희를 방문해 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셔서, 그리고 이 고통스러운 여정을 저희와 함께해 주셔서 ACN에 감사드립니다.”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