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로마 가톨릭교회 하르키우-자포리자교구의 파블로 혼차루크 주교는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본부를 방문하여 현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교구들 중 하나인 하르키우-자포리자교구를 이끄는 혼차루크 주교는 ACN과의 대담에서 러시아 국경과 바로 맞닿아 있어 집중 포격을 받고 있는 이 지역에서의 사목적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에 2024년 6월에만 700발의 유도탄을 발사했다.
우크라이나 로마 가톨릭교회 하르키우-자포리자교구의 파블로 혼차루크 주교(출처=ACN자료사진)
하르키우시는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3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로 정기적으로 집중 포격을 받아왔으며 현재는 심각하게 피해를 입은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우리는 시시각각 살아갑니다. 러시아에서 발사된 S-300 미사일은 39초 만에 하르키우에 떨어집니다. 미사일이 너무 빨라 미사일이 떨어지고 난 뒤에 공습 경보가 울립니다. 전선 70km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가장 먼저 받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안전한 곳이 없습니다. 어디서든 공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곳 하르키우에서는 공습 경보가 거의 쉬지 않고 울립니다. 밤에도 거의 매시간마다 울리곤 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감히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학교와 유치원도 문을 닫았습니다. 많은 어린이가 지하철 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교사는 매일 와이파이가 있는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서 현재 18개국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집도 잃었습니다. 73세의 한 노인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미사일이 집에 떨어졌을 때 다행히 그는 밖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옷을 사주었습니다.
현지교회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 교구는 매우 넓은 관할구역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4분의 1이 점령당했으며, 그 지역에는 더 이상 사제가 없습니다. 전쟁 전인 2014년에는 우리 교구에 7만 명의 신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2,500명에 불과합니다.
이곳의 모든 것이 불안정하더라도 변함없이 해야 하는 일 한가지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가스, 수도 및 전기세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은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교회를 지원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CN이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를 도와주고 있음에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안정과 안전의 상징입니다. 사람들은 “사제가 있다면 나도 머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우리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외로움은 정말 견디기 힘들며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코노톱의 파티마 성모 성당 본당 신자들을 방문한 혼차루크 주교(출처=ACN자료사진)
이 암울한 상황에서 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사명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가장 위대한 무기입니다. 많은 사람이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라고 묻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짐을 함께 지고, 함께 기도하고, 그들을 섬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도움도 필요합니다. 두려움은 공격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쟁 상황에서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정상이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심리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ACN은 사제, 수도자, 자원봉사자들이 전쟁 상처를 다룰 수 있도록 심리 상담 교육을 지원해 왔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며 우리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교님 또한 한때 군종사제였으며 지금은 우크라이나 주교회의 내 모든 군종사제들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군종사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군종사제는 전방의 장병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을 사목적으로 돌보는 일을 합니다. 우리 교구에는 46명의 군종사제가 있습니다. 전방의 젊은이들은 모두 외로운 병사들입니다.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느낍니다. 그들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사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가족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합니다. 이들의 영혼은 악몽속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종사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군종사제는 장병들의 영혼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가끔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모를 때엔 단지 그곳에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전사한 병사들을 추모하는 벽을 보고 있는 한 우크라이나 군인
(출처=ACN자료사진)
최근에 특별히 기억에 남은 경험은 무엇입니까?
종종 주교로서 가족들에게 아들이나 남편이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야 할 때는 마음이 정말 힘듭니다.
저는 특히 전선 근처의 한 마을에서 있었던 일에 감명받았습니다. 그곳에서 한 여성이 사망해서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현지 정교회 사제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곳에 갔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친러시아 성향으로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매우 공격적이었습니다. 장례식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치러졌고 저는 촛불을 나눠주었습니다. 그곳에는 10명 정도가 있었는데 그들은 저를 쳐다봤고 저는 그들의 텅 빈 눈을 바라보며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곳은 어두웠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시신이 놓여있었습니다. 저는 이 죽은 여성을 위해 기도하기 전에 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께 “여기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지하에서 올라와 마침내 햇빛 아래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울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가장 공격적으로 대했던 한 여성이 저에게 다시 기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녀는 “주교님께서 기도할 때 제 마음이 너무 가벼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따라 기도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셨던 것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있어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전쟁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에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계속되는 폭격으로 많은 사람이 하르키우를 떠났습니다. 주교님도 도시를 떠날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 남을 것입니다. 이곳이 제가 있을 곳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저를 필요로 합니다. 하르키우를 떠나야 한다면 가장 마지막 차로 떠날 것입니다.
ACN은 작년부터 우크라이나 로마 가톨릭 교회 하르키우-자포리자교구에서 수도자들을 위해 긴급 구호와 25개 본당에 특별 지원을 실시하고 본당 및 교구청에 열펌프를 지원해왔다. ACN은 또한 미사예물 지원과 사제, 수도자 및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교육을 지원하고 위험한 지역에서 일하는 사제와 수도자들에게 구급상자를 나누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