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은 지난 11월 20일,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붉은 수요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ACN은 매년 전 세계의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과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는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전역의 도시 수백 곳에서 300여 개의 ACN 행사가 열렸다. 본래 하루 동안 성당과 주요 공공건물을 붉게 밝히는 연대의 날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 많은 국가에서 철야 기도, 증거자의 밤, 컨퍼런스 및 전시회 등을 한 주간 또는 11월 한 달 동안 개최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행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붉은 주간” 또는 “붉은 11월”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올해 “붉은 수요일”의 주요 행사 중 하나는 “2024 박해받고 잊혀지다” 보고서의 발간이었다. ACN은 박해가 특별히 우려되는 18개국의 그리스도인 상황을 조사한 이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들의 상황이 악화되었거나 변함이 없었음을 밝히며, 단 한 국가만이 약간의 개선 조짐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의 영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판은 10월에 공식 발표되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판은 11월 중에 공개될 예정이며 한국어판은 2025년 초 발간 예정이다.
2024년 “붉은 수요일” 캠페인으로 붉게 밝혀진 호주 시드니 성모 마리아 대성당(출처=ACN 자료사진)
이번 “붉은 수요일” 캠페인에서 호주는 성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고통받고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호주 내 22개 로마 가톨릭 교구와 5개 동방 가톨릭 대교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 날을 기념하며 여러 교구의 주요 성당을 붉게 밝히는 등 2023년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된 규모로 행사를 진행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두 교구가 “붉은 11월” 캠페인에 참여했다.
캐나다에서는 11월 20일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성 요셉 성지인 몬트리올의 성 요셉 대성당이 붉은 수요일을 기념하여 붉은 빛을 밝히고 특별 기념 미사가 거행되었다. 토론토에서는 붉은 수요일을 맞아 철야 기도가 열렸다.
성당이 계속해서 방화 공격을 당하는 칠레와 정의와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던 사제들이 살해당한 멕시코에서도 이 세계적인 캠페인에 참여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사도직 활동 중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당했던 글로리아 나르바에즈 수녀가 증거자의 밤 행사에서 신앙을 증언했다.
2019년 방화 공격을 당했던 칠레 베라크루즈 본당에서 진행된 2024년 “붉은 수요일” 캠페인
(출처=ACN 자료사진)
붉게 물든 유럽
대부분의 “붉은 수요일” 캠페인은 유럽에서 열렸다.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에서는 수백 곳의 성당이 붉은색으로 불을 밝혔다. 독일은 교회 일치 운동에 초점을 맞춰, 유명한 현지 복음주의 찬양밴드인 “Koenige und Priester(왕과 사제)”와 협력하여 주교좌 풀다(Fulda) 대성당에서 콘서트를 열고 이를 가톨릭 및 복음주의 TV와 라디오로 생중계했다. 11월 21일 목요일에는 풀다교구에서 “박해받고 잊혀지다”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하였다.
2024년 “붉은 수요일” 캠페인 중 하나로 유명한 현지 복음주의 찬양밴드인 “Koenige und Priester(왕과 사제)”와
협력하여 주교좌 풀다(Fulda) 대성당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ACN 독일지부(출처=ACN 자료사진)
지난 수년 동안 종교 박해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는 “증거자의 밤” 행사를 개최해온 프랑스는 올해 처음 이 행사를 “붉은 주간” 캠페인과 통합하여, 진행했다. “증거자의 밤” 행사는 프랑스의 여러 주교좌 대성당에서 전시회와 함께 개최되었다. ACN 프랑스지부는 아르메니아, 파키스탄, 부르키나파소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올해 스페인에서는 “순교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순회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마드리드, 세비야, 사라고사에서 전시된 후 스페인 전역의 여러 교구와 가톨릭 대학교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붉은 수요일”을 기념하며 주교좌 알무데나 대성당,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코바동가 대성당이 붉게 밝혀졌다. 또한, 스페인의 첫 순교자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쳐 큰 상징적 의미가 있는 타라고나 원형극장도 붉은 빛을 밝혔다.
영국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가톨릭 학교들이 “붉은 수요일”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올해 ACN 영국지부는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바로보기)을 진행하여, 여러 학교의 그리스도인 박해에 대한 인식 제고의 노력과 활동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1월 20일 저녁에는 런던의 브롬턴 수도원(Brompton Oratory)에서 “붉은 수요일” 연례 미사가 거행됐으며, “용기 있는 그리스도인 수상식”도 함께 진행되었다. 또한 ACN 영국지부는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수도원과 에든버러의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전 세계 분쟁과 박해로 인해 피난민이 된 그리스도인들, 특히 어린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조명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11월 20일에는 아일랜드의 26개 주교좌 대성당 중 24곳과 패트릭 산 꼭대기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성 패트릭 상이 붉은 빛을 밝혔다. 아일랜드 노크의 성모 성지와 성체 성지도 ACN 아일랜드 지부가 주최하는 증거자의 주간을 맞아 그리스도교 박해를 알리기 위해 붉게 밝혀졌다.
2024년 “붉은 수요일” 캠페인으로 붉게 밝혀진 프랑스 루르드 성모성지(출처=ACN 자료사진)
“붉은 수요일” 행사는 이 외에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벨기에, 몰타, 필리핀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