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베들레헴은 성탄을 맞이했습니다.
이 자비의 희년에 베들레헴의 교회는 주님께서 탄생하신 곳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요셉 성인과 성모 마리아는 아기 예수님을 조용히 어르십니다. 목동들이 그 곁으로 다가옵니다.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탄생기념성당의 좁고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 깊숙이 내려가다 보면 지하 성전에 다다릅니다.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성모님과 요셉 성인 그리고 동방박사 역을 맡아 연기하는 아이들은 근처 ‘사람이 되신 말씀의 학교’(IVE) 산하 기관에서 생활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장애 아동입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계시는 마리아 수녀님은 말씀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했어요. 이 공연이 성탄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지요. 하느님께서 우리 아이들과 같은 작고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셔서 사랑을 주셨다는 것을 이제는 명확히 알고 있어요.”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연의 모습과는 달리 전혀 상반되는 일들이 현재 이스라엘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탄의 평화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수개월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폭력사태가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대부분 칼이나 다른 흉기를 이용한 공격으로, 지난해 9월 말부터 20여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사망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00명 이상, 부상자도 수백 명입니다. 이와 같은 폭력은 이스라엘 당국이 무슬림과 유다인 모두에게 중요한 성지인 예루살렘의 모리야 산의 현 상태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정체 상태가 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음을 주장합니다. 두 국가 간의 평화와 화해는 아직 어려운 것으로 사료됩니다.
베들레헴 관광산업은 폭력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대개 성탄절이 성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베들레헴의 그리스도인들은 대부분 순례자들에게 음식과 숙소를 제공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과의 인터뷰에서 잭 기아카만(Jack Giacaman) 씨는 말합니다. “올해는 정말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작년 가자 전쟁으로 사람들이 이스라엘 여행을 꺼려해요. 사실 순례자들은 안전하지만, 많이들 예약을 취소하고 있죠.” 베들레헴 상공회의소는 이번 성탄절 숙소 예약률이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성모 마리아와 요셉 성인이 빈방을 구하지 못했던 이곳에, 지금은 빈방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처럼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어려움은 베들레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국에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최근 베들레헴 근처 크레미산 계곡에서 살고있는 그리스도교 가정 60여 가구가 기나긴 소송에도 불구하고 분리장벽 건설로 인해 땅을 빼앗기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의 분위기는 한층 더 침통해 졌습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스라엘에서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민을 떠난 가정도 있지요. 우리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리카르도 부스토스(Ricardo Bustos) 신부님도 말씀하십니다. 신부님은 예수탄생기념성당 가까이 위치한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관리하고 계십니다. 지난해 5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곳을 방문하셨습니다. 리카르도 신부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아르헨티나에 계실 적부터 알고 지내셨습니다. “자비의 희년을 지내고 있는 이곳 교회의 역할은 베들레헴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소명을 다시금 기억하여 신앙을 굳게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베들레헴 신자들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평화의 증인들입니다.” 비록 평화는 아직 멀고 험난해 보이지만, 하느님께서 2000년 전 이곳에 사람이 되어 오셨다는 사실이 희망의 표시가 될 것입니다. 리카르도 신부님께서는 바로 이 점이 자비의 희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특별히 강조하신 바라고 피력하십니다. “예수님은 주님과 우리 모두의 평화의 문이십니다. 주님께서는 이 땅에 오시어 우리의 변화를 이끌어 주십니다.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은 비록 연약해 보일 수 있지만, 주님의 약속은 결코 연약하지 않으며 영원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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