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페트루스(Louis Petrus) 씨는 깊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을 이렇게 해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14년 8월 6일, 그는 다에시(IS)의 침입으로 모술 카라코시를 떠난 이후 오늘 처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제 집을 보세요. 피해가 극심합니다. 가구들은 모두 약탈당했고, 살림살이는 모두 망가졌어요. 저는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진들도 봤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카라코시 주민들은 제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고요. 그런데도 제 두 눈으로 현장을 보게 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다에시(IS) 테러리스트들은 제가 가진 것을 모두 파괴하였어요. 그렇지만 제 이웃들의 상황을 보면, 저는 오히려 운이 좋은 편입니다. 수많은 집들이 불타버렸고 완전히 허물어지기도 했어요. 제 상황이 그나마 나을 지경입니다.”
루이스 씨는 카라코시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거에요. 그러나 2~3가구 정도 저희와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라크는 저의 조국입니다. 안전이 조금이라도 보장되면 다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카라코시에서 다시 제 삶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집을 짓고 나중에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요.”
마날 마티(Manal Matti) 씨는 원죄 없으신 잉태의 성당을 찾았습니다. 마티 씨는 전쟁 발발 전, 성당 근처에서 미용실을 운영했습니다. 성전 안에는 마네킹이 널려 있었는데, 사격 연습으로 총상이 뒤덮여 있었습니다. “극단주의자들은 성전을 사격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카라코시 주민들이 다시 제 미용실을 찾을 수 있을지, 그런 일상이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마티 씨는 말했습니다.
올해로 72세이신 가톨릭 사제, 사르빌 에소(Sharbil Eeso) 신부님께서 카라코시로 향하셨습니다. 신학교와 성당 사무실은 엉망이 되었고, 성상들은 깨어지고 머리가 잘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상황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최근 찾으신 사제모의 먼지를 터시며 말씀하십니다. “먼저 피해상황을 상정하고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이 도시를 안전하게 하는데 첫걸음입니다. 지난 주에는 다에시(IS) 테러리스트 한명이 도시 아래 터널을 뚫은 터널에서 나왔습니다. 군은 즉시 총을 발포했습니다. 13세 가량의 어린 소년으로 보였습니다.”
카라코시 교회 벽에는 극단주의자들이 군사 작전을 짰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시리아 가톨릭 성 제오르지오 성당은 폭탄 제조 공장으로 바뀌어, 수많은 종류와 크기의 폭탄과 수류탄 같은 살인무기들이 바닥에 늘어져 있고, 수많은 폭탄과 무기 제조법들이 쓰인 기록들이 있습니다.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큰 폭발이 일어 재앙의 시초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집니다.” 사르빌 신부님은 옅은 웃음을 띠며 말씀하십니다. “치안만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저희 이라크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의 안전을 위해 저희를 도와주실 것을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기와 식수문제만 해결되면 카라코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귀향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국회의 야콥 야코(Yacoob G. Yaco) 의원은 거의 매일 해당 지역을 찾아 최전방의 안전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아시리아 자유 군대(NPU)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현재 군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니네베 평원에 있는 그리스도인 마을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쿠르디스탄 의회에는 5명의 그리스도인 의원이 있습니다. 그중 야콥 의원은 이라크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대표합니다. “이라크 그리스도인들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쿠르드인들은 다에시(IS)와 맞서 이라크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모술 탈환을 이루어냈습니다. 주민들은 쿠르드인들에게 고마워 합니다. 그러나 또한 많은 이들이 이라크 정부가 그들에게 땅을 내어 주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인들이 깊은 운하를 만들고 높은 울타리를 쌓고 있기 때문이지요. 쿠르드인들은 이라크 정부에게 땅을 제공받는 약속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하며, 그것과 관련해 어떤 거래나 협상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에시(IS)에 대응하기 위해 울타리를 쌓는 것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쿠르드 자치구의 땅이 아닌 니네베 평원에 짓고 있기 때문에 의심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잠깐의 경계가 아니라, 영속적인 영역 표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라코시의 니산 카로미(Nisan Karromi) 시장은 “우리는 정말 우리의 아이들과 카라코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카로미 시장은 사무실을 찾아 둘러 보았습니다. 이름표는 깨어져 나뒹굴고 사무실은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재건을 시작하기에 앞서, 피해 상황을 세세히 기록해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카로미 시장은 말합니다. “게다가 아직 지하 통로에는 다에시(IS) 전사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의심되고 있습니다. 아직 이런 지하 통로가 어디에 얼마나 분포되어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다에시(IS) 전사 두 명을 발견했으나 달아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다에시(IS)의 침략으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도시를 재건하는 것 이외에도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현재 이라크 정부는 위기에 있습니다. 이라크가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국제 사회가 이곳을 지원해야 할 때입니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는 2014년부터 이라크 그리스도인을 돕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2,000만 유로(한화 250억 원)을 식량, 식수, 생필품 공급 및 교육을 위해 지원했습니다.
ⓒ 2017.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