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부활 제5주일), 남아시아 국가 네팔에서 지방 선거가 열립니다. 자그마치 20년만에 열리는 이번 지방 선거는 네팔의 정치적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날입니다.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네팔은 힌두교 왕국에서 최근 민주주의 국가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2007년, 왕정이 폐지되고 임시 헌법을 제정했으며 2008년, 네팔 연방민주공화국 수립이 공식적으로 선포되었습니다. 네팔은 정부군과 마오이스트(네팔 공화당) 간의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은 나라입니다. 힌두교인들의 압력 등 여러 어려움을 겪은 끝에 2015년, 새로운 헌법이 공표되었습니다. 종교 자유가 명확히 명시된 신헌법입니다.
지난 4월 18일(화), 수도 카트만두의 외곽에 있는 성모승천대성당이 방화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으나 재산 피해가 막심합니다. 네팔대목구 총대리 실라스 보가티(Silas Bogati) 신부님께서는 “소수 집단인 가톨릭 공동체를 공격하는 것은 우리 형제자매들의 불안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라고 비판하시며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임을 걱정하십니다. 이번 공격은 지방 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벌인 정치적 행위로 추정됩니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은 실라스 신부님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셨는데, 3명의 괴한들이 들이닥쳐 오토바이 2대, 자동차 1대, 성전 외벽과 문에 석유를 부어 불을 붙였다고 합니다. 성전 안에 있던 10명의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대파하는 동안 자동차가 폭발하지 않은 것은 저희로서는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폭발이 일어났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사제관 등 부속건물은 소실되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실라스 신부님께서는 범행 동기를 조심스럽게 유추하십니다. “아직까지 누가, 어떤 까닭에 방화 공격을 저질렀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조사에 착수한 경찰이 감시 카메라에 찍힌 3명의 용의자들을 수배 중입니다. 범인을 검거하면 알 수 있겠지요. 네팔의 형제자매들은 같은 네팔인들에게 차별받으며 이방인 취급을 받습니다. 안타깝게도 네팔 사회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게 적의를 품은 집단이 있습니다.” 반면 신부님께서는 희망을 잃지 않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와서 마음을 열고 따듯하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선한 이웃들은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경찰에 신고도 해 주었습니다. 적의를 가진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네팔 가톨릭교회가 테러를 당한 것은 결코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 5월, 미사 봉헌 중에 성전에서 폭발물이 터져 3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실라스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제 인생에서 그렇게 슬픈 일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성스러운 하느님의 성전이 누군가의 공격을 받으리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 기억은 제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2009년의 공격은 네팔 방위군(Nepal Defence Army)이라는 힌두교 극단주의 단체가 벌인 사건이었습니다.
네팔 가톨릭교회는 소수 집단에 속하지만,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가톨릭교회는 2015년 네팔 대지진의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 주택 5천여 가구의 재건을 진행하고 있으며, 식수를 제공하고 주민들을 위한 지원 사업에 힘썼습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지원을 계속해서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소명은 지진 피해자들과 같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실라스 신부님께서는 오는 14일 치뤄지는 네팔 지방 선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네팔 가톨릭교회를 위해, 그리고 네팔의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지방 선거가 평화롭게 이루어져서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는 안전과 평화가 네팔 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도 중에 저희를 기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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